'사람이 선물이다.'
페이지 정보
본문
'사람이 선물이다.'
‘사람이 선물이다.’는 오래 전 우연히 접한 조정민 목사님의 책입니다. 짧고 간결한 문장들이 삶의 모습 속에 가슴에 와닿는 조언들로 지금까지도 ‘사람으로 산다는 것(새뮤얼 스마일즈 지음)’과 함께 조금은 낡은 책이지만 책꽂이의 중앙에 꽂혀 있어 언제든 쉽게 빼 볼 수 있는 소중한 책들입니다.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겉으로는 화려한 경제성장을 이룬 모습으로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편하고 좋아진 듯 보이는 세상이지만, 그 세상의 주인공인 ‘사람’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지를 결정짓는 것은 지적인 뛰어남이나 경제적 계층이 아니라 인간관계이다.”(미국 하버드 대학생 268명, 72년간 조사연구, 베일런트 교수)라고 했듯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나 소중하지만 물질문명의 발달은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삶으로, 또는 물질의 노예가 되어 감으로 인간관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따듯한 배려, 교류, 정서적인 지지 등이 점점 사라져 가면서 사람 또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점점 무력화 시켜가는 듯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유아기 부모 특히 엄마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거나 장애유아들 또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을 만나는 일들을 하다 보니 가끔씩 ‘우리 사회가 무엇을 놓치고 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무엇에 쫒기 듯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며, 무엇인가 일을 하고 있어야만 마음이 안정이 되는 듯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 하고,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날들로 삶이 채워지는 듯합니다.
‘잘 산다는 것’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개인마다 생각이 모두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사회 많은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는지는 모르겠으나 ‘행복한가?’라는 질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시대인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부모들 스스로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자녀만은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한다는 마음으로 선행학습을 시키며 옆집 아이와 비교하고 유아기 때부터 몇 가지 씩 학원을 다니게 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발달보다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아이에게 무리하게 강요하며 아이들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좌절감을 심어주거나, 과잉통제와 과잉허용으로 마마 걸, 마마보이라는 말을 듣는 의존도가 높은 아이들 또는 자기중심적으로 발달에 비해 미성숙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부부간이나 아이에게나 긍정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며 수용해 주기보다는 부정적인 모습, 갖고 있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강압적인 양육태도가 되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일이 많고,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높아 우울감으로 힘들어하는 부모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인생의 섭리는 역설입니다. 나누었는데 늡니다. 주었는데 받습니다. 버렸는데 얻습니다. 내려갔는데 높아집니다. 죽었는데 삽니다. 역설은 상식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을 뛰어넘습니다.(조정민, 2011)’라는 말처럼 우리는 삶에서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부모가 내 아이를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아이는 대부분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 ‘더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매일 매일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어느 새 평안한 마음으로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인가 ‘잘 해야지’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며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 새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고 있는 자신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나는 꼭 사랑받는 사람이어야 해’라는 불안과 강박을 내려놓고 내가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가 만나는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다보면 어느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나 자신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나’ 자신을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는 사람은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어야 해’라는 인정욕구를 내려놓고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 는 말씀처럼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달란트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며 감사하는 삶이 된다면, 사람의 인정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 귀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듯 말은 쉽게 할 수 있으나 실제 삶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때문에 톨스토이는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에서 ‘사람은 내가 걱정하는 것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사랑으로 사는 것이다.’라고 말했고, 서울대에서 발간한 ‘행복’이라는 책자에서는 ‘내가 행복해지는 가장 좋은 길은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유아기 부모들을 상담하다보면, 아이들을 별도의 유기체로 인정하기보다 부모의 기준에 맞추려고 강요하고 잔소리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고, 그로 인해 아이는 힘들어하며 문제행동을 하게 되고, 아이의 문제행동은 부모를 불안하게 하니 더 많은 요구와 걱정을 부르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 수용해 주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아이는 좀 더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잘 성장하며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를 바라보는 부모는 당연히 보람과 행복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지난 주, 용인에 있는 한 어린이집의 교사 교육을 하면서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해 보았더니 첫 번째 대답이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두 번째 대답이 “잘하고 있어”, “네가 있어 행복해” 등이었고, ‘자신에게 가장 힘이 되었던 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너는 할 수 있어”,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많이 힘들었구나...” 등의 위로와 격려, 지지해 주는 말들이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그러면 내가 그런 말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 자신이 듣고 싶은 말, 힘이 되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고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서운해 하거나 짜증을 내기도 하면서, 나 자신은 나와 가까이 있는 아이와 어른들에게 그런 말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어린이집의 교사들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래 전,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때에 있었던 일입니다. 3세반(13~24개월)에 새로 입학한 아이(남)가 유난히 적응을 힘들어하며 늘 불안해 발을 동동 구르듯 산만함을 보이고, 늘 징징거리거나 우는 모습을 많이 보이며, 아무리 좋은 장난감이 있어도 불안이 너무 높아 놀이를 하지 못해 담임선생님이 늘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다녀야만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돌봐주는 친 할머니가 가셔도 울고 오셔도 우는 불안정애착 현상을 보이고 있었지요.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4세반, 5세반으로 올라가며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며 어린이집 생활을 비교적 잘 하던 어느 날 아침, 다른 친구들은 등원을 해 가방을 정리하고 자유놀이를 하고 있던 시간에 평소처럼 씩씩한 모습으로 원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원장님, 난 나쁜 아이에요!”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인식되어지는 ‘자아개념’을 형성해가는 시기이기에 아이의 그 말은 저를 깜짝 놀라게 했고, 아이에게 “넌 나쁜 아이가 아니라 정말 사랑스러운 소중한 아이야”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인식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5세반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이니 아이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당당히 말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평상시 자신을 늘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내게 달려와 그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아이는 돌도 되기 전에 부모가 이혼하고 친할머니, 아빠, 고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으나 주 양육자이던 할머니는 혼자서 편안히 지내다가 너무 어린 손주를 맡아 키우게 된 것이 때론 버겁고 힘들기도 해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힘들 때는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것을 상담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때였습니다.
아이의 말을 듣고 그날, 할머니를 어린이집으로 오시도록 해 아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며(가정에서 아이가 뭔가를 잘못하면 “그렇게 하면 나쁜 아이야”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아이는 자신이 그 행동을 계속했기 때문에 스스로 ‘나쁜 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듯함.), 할머니께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부탁드린 것은 아이에게 매일 가족 모두가 1가지씩 구체적인 칭찬을 해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할머니를 뵐 때마다 “할머니, 칭찬하시고 계시지요?”라고 질문하면 웃으며 “네”하고 대답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길에서 할머니를 만나 그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고 반장이 되어 너무나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며칠 후 동네 슈퍼에서 고모와 함께 쇼핑을 온 그 아이를 보고 할머니의 말씀대로 아이는 그 옛날의 불안에 떨며 늘 동동거리던 아이가 아니라 의젓하게 인사도 하고 미소까지 보이는 안정된 모습에 스승으로서의 감동과 감사가 밀려오는 듯했습니다. “oo아, 하나님 기억하지?”라는 말에 “네”라고 대답하는 아이에게 “너는 어렸을 때 하나님을 좋아하던 아이였어. 지금은 너 혼자 교회가기 어렵겠지만 네가 어른이 되면 꼭 교회에 나가야한다.”라는 내 말에 “네”라고 대답하던 그 아이의 모습이 참 대견하고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할머니와 아빠에게는 오래전에 아이를 위해서라도 교회를 다니라고 권유했었고, 며칠 전 길에서 우연히 할머니를 만났을 때도 아이 만이라도 교회에 보내줄 것을 요구했었지만 고모는 처음이라 표정이 조금 굳어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그 아이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꼭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반대의 경우로 1994년 끔찍한 연쇄살인마인 지존파의 두목 김기환은 체포된 후에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크레파스를 살 돈이 없어서 안 가져갔더니 선생님이 ‘그러면 친구들 것을 뺏어서라도 가져왔어야지’라고 혼냈다. 그래서 친구들의 준비물을 훔치기 시작했고, 그러면 선생님은 날 혼내지 않았다. 난 선생님이 가르친 대로 인생을 살았을 뿐이다”라며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어린 시절에는 주변에 아이와 관계있는 사람들의 말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히 부모이며, 그 다음은 선생님, 친척 등 가까운 어른들입니다.
‘사람’은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귀한 ‘선물’일 것입니다. 세상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이며 존귀함입니다. 무엇을 잘 해서 소중한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며,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존재이며 내게 보내 주시어 나와 만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존귀한 존재일 것입니다.
매일 눈을 뜨면 나와 만나고 있는 내 가족, 내 이웃들에게 나의 기대를 요구하기에 앞서 내가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로 여김을 받고 싶은 만큼 그들을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로 여기는 표현들을 내가 먼저 해주는 것이 바람직 할 것입니다. 내가 듣고 싶은 말, 내게 힘이 되는 말을 요구하기에 앞서, 내가 먼저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 상대방에게 힘이 되는 말들을 해준다면 그 말들은 자연스럽게 내게로 다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 7:12)’는 말씀도 위와 같은 내용을 강조하고 있는 말씀인 듯합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크리스태키스와 파울러의 연구에 따르면, 내가 행복하면 내 친구가 행복해질 가능성 15% 증가하고, 내 친구의 친구가 행복할 가능성 10% 증가한다고 합니다. 즉, 행복은 관계를 통해 서로에게 전염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내 주위에 행복한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내가 행복할 수 있고 내 친구도 행복할 수 있지만, 반대로 불행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나도 불행해지고 내 친구도 불행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가 만나는 소중한 사람들이 바로 나의 행복의 근원임을 기억하고, 내가 먼저 사랑을 나누고 베푸는 기쁨으로 행복해 하며, 내 주변사람들에게 행복을 전염시켜주는 적극적인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7. 3. 6
이 종 헌
- 이전글성경을 압축하면? 17.04.03
- 다음글주일 불법주정차 관련하여 글씁니다 17.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