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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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숙 자
어느 토요일 아침
교회로 줄지어 들어서는
허름한 옷차림의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등에 배낭, 손에는 가방이나 지팡이를 잡은
회색빛 표정의 모습들
가벼운 목례를 해야 할까? 그러나 끝내 하지 못했습니다.
어디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왔을까
어디에서 잠을 자며 생활을 할까
이 추위에 어떻게 견뎌낼까...
그럼에도 활기차고 씩씩하게 움직이는
그 발걸음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천원 때문에...? 예배드리려고...?
어딘가 갈 곳이 있다는 것
어디선가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어디선가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같은 공간에서 모두 함께 존재함으로
노숙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위로 받고
사람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는 아닐까...?
그들도 한 때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로
또래들과 뛰노는 개구쟁이로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미래를 꿈꾸는 청년으로
삶의 버거움을 어깨에 짊어진 채
뚜벅 걸음을 걷던 성인으로, 그렇게 살아왔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지나간 삶의 여정에서
어떻게 집과 가족을 잃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먹을 것을 구입할 천원이 아닌
그 옛날의 향수가
그들의 발걸음에 힘을 주었을 것입니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가족 ․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는 것
내게 이 모든 것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
주어진 모든 상황에 담담하며, 기꺼이 넘어설 수 있는 것
그래서 예수님 닮은 삶을 살아내야 할 의무가 있는...
그럼으로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할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가을 끝자락의 어느 날 아침
바닥에 수북이 쌓인 나뭇잎들과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빛 바랜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주님... 기도해 봅니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에게
미래를 위해서라는 걱정과 잔소리가 아니라
지금 현재 함께 있는 그 자체, 존재만으로 감사하며
기쁨과 사랑을 표현해 보세요.
그것이 나를 포함한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길입니다.
2017. 11. 25 아침, 가로수길을 걸으며...
이 종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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