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페이지 정보
본문
아들, 건강히 잘 지내니?’<?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네’
‘별 일 없지?’
‘네’
‘그래 잘 있어라’
‘네, 안녕히 계세요’
멀리 떨어져 지내고 있는 아들과 오랜만에 전화를 하면서도 별로 할 얘기가 없어
간단한 안부만 묻고는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렇게도 할 얘기가 없을까? 속으로 후회하면서도 다음에 전화하면 또 마찬가지다.
아빠가 그러면 아들 녀석이라도 좀 수더분해서 미주알고주알 생활 얘기를 하면서 많은
얘기를 하면 좋으련만 어쩌면 그런 것까지 애빌 닮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자녀는 말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본(本)으로 키운다는 생각에 언제나 반듯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부부간에 갈등이 있을 때도 아이들 보는 앞에서는 절제하고, 몹시
화가 나는 때도 참으려고 애를 쓰며 아내와 딸이 수다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쓸데없는 소리’ 한다며 핀잔을 주곤 했다.
그렇게 자녀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자녀들이 성인이 되고 보니 후회되는 일들이 참 많다.
어렸을 때 좀 더 많이 뒹굴고 장난치고 놀아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이들 숙제하고 공부할 때 나도 옆에서 함께 책을 읽으며 독서
토론을 많이 할 걸,
시간 없다 핑계치 말고 아이들과 함께 여기 저기 탐방을 다니면서 얘기를 많이 할 걸,
아이들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거리들을 많이 만들어 줄 걸,
가족 4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을 때 교자상에 둘러앉아 찬송도 많이 하고,
성경도 읽고,
아이들 머리위에 손을 얹고 축복 기도도 많이 해 줄 걸, 파스타를 좋아하는
아이, 초밥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맛있게 먹는 시간도 많이 가질 걸,
이렇게 빨리 부모 품을 떠날 것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른들 말씀이 ‘품안에 자식’이라 하셨던가, 한 집안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을 때라야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형성되고 끈끈한
정이 이어진다. 그 정이란 반듯한 본(本)을 보여주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기쁜 일이 있을 때 함께 웃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함께 걱정해 주고, 힘든 일이
있을 때 크고 작은 손을 모아 헤쳐 나가면서 정이 드는 것이다.
부모가 강하고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면 아이는 언제나 아이의 모습만 지니게 된다.
그러나 때로는 부모가 자녀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자녀들 앞에서 한숨도 쉬면서 걱정하게 될 때 아이들의 정신이 성장하게 된다.
자녀를 가정의 한 일원으로 인정하고 대소사 간에 상의하고 대화를 나눌 때 아이들에게도 책임감이 들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져서 반듯하게 자라는 것이다.
어린이 주일이 되고 보니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부모는 잘 해주지 못했지만 반듯하게 잘 성장해준 자녀들이 고맙다.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을 들을 때 한편으론 미안하면서도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아직 네 가족이 함께 생활할 날이 남아 있으니 다시 후회하지 않도록
계획을 잘 세워야겠다.
- 이전글아버지 효과(Father effects) 12.05.15
- 다음글류 목사님이 나를 몇 번 살려주네 12.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