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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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
어릴 적 소풍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처럼 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1년에 한번인 이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어디로 갈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평소 아내로부터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 몸, 놀아본 경험이 없으니 어떻게 하는 것이 재미있게 노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
‘휴가’라고 하면 어느 한적한 장소를 정해 놓고 잘 쉬는 것이 아닌가, 우선 그동안 밀린 잠을 실컷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돌아다니고 싶으면 또 그렇게 하는 등
어떤 짜여진 프로그램 없이 몸이 하고 싶은대로, 생각이 이끌어 가는대로 지내는 것이 진정한 휴가가 아닐까? 이런 휴가론에 대해 아내와 아이들은 ‘그게 무슨 휴가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가장인 아빠가 가족들을 위해 미리 휴가 계획도 세우고, 알차게 준비도 잘해서 재미있게 보내야 할 것 아닌가? 압력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완벽하게 준비해 가면 휴가지에서 일어나는 돌발상황에 대한 재미가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전날 저녁이 되어서야 대충 짊을 준비하여 휴가지로 떠났다.
평소에 가 보지 않은 곳을 택하여 지리산 계곡으로 향하였다. 섬진강을 따라 펼쳐져 있는 그 유명한 화개장터에 들러 우선 콩국수로 더위를 식혔다. 이 날 따라 얼마나 날씨가 더웠는지 계측기를 보니 무려 37도를 가르키고 있질 않은가?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첫날부터 헉헉거리기 시작한다. 지나치게 더우니 꼼짝하기 싫지만 여기 저기 구경을 다녔다(화개장터, 송림, 쌍계사 계곡, 노고단 등)
이틀 후 숙소를 옮겼다. 방바닥이 대리석으로 깔려 있어 얼마나 시원한지 노고단을 오른 후 노곤해진 몸에 에어컨 켜고 선풍기 돌려가면서 잠이 든 것이 화근이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준비를 하던 아내가 갑자기 ‘여보, 나 죽겠다. 실제 상황이야’ 라고 하면서 소금 기둥이 되어버린 롯의 아내처럼 선채로 굳어버렸다. 부축하려고 손을 대니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른다. 비상상태가 발생한 것이다.
물어물어 남원까지 1시간을 달려 침을 맞게 되었다. 전문가의 진단 결과는 어제 저녁 찬 바닥에서 자면서 ‘한풍’이 들어 근육이 경직되었고 급성 탈골 현상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1시간 넘게 침을 맞고 비명소리(약간은 엄살이었음)와 함께 근육을 푸는 작업을 통해 겨우 한발 한발 움직이게 되었다.
그것으로 여름 휴가는 물 건너갔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주인에게 부탁하여 전기장판을 깔고 누워야 했다. 이 찜통더위에.....
밤 11시쯤 되었는데 아내가 통증을 호소해 온다. 주물러도 보고, 문지르기도 하지만 소용없다. 이 저녁에 어찌하라는 말인가?
<하나님의 은혜>
낮에 옆방 손님과 인사를 나눴는데 한의사였다. 고통에 시달리던 아내가 그 시간에 한의사를 부르란다. 멈칫거리고 있는데 옆방 손님들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질 않는가? 체면불구하고 가서 사정 얘기를 했더니 친절하게 응급조치를 해 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제자반 9기 수련회 장소(수안보 팬션)에 방문하였다. 10가정, 약 40여 명이 얼마나 재미있게 놀고 있는지, 도착하자마자 자랑거리가 끝이 없다. 골고루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 한 주간을 보냈다. 다시 회복케 하신 하나님께 영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