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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 나라의 보배로운교회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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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Hit 790회   작성일Date 10-09-04 22:23

    본문


    ‘류 목사, 시간을 좀 내 줄 수 있겠나?’
    ‘선생님,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응, 내가 말이야 40년 동안 교단에 있다가 8월 말에 은퇴식을 하는데 자네가 와서
    축사를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멀기도 하고 또 토요일이라서 시간내기가 어떨른지........’

    ‘그런 귀한 자리에 제가 설 수 있겠습니까?’
    ‘아냐, 내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들이야, 초임 발령을 받고 제일
    먼저 만났던 제자들이잖아, 그리고 자네는 반장이었으니 와서
    축사를 해 주면 좋겠네’


    ‘네, 선생님 기억해 주시고 초청해 주셨는데 시간을 내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이 분은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 학교에 초임발령을 받고 오셨던 선생님이시다.


    어린이 눈으로 보았을 때 선생님은 체격도 크시고 눈썹이 숯 검댕이처럼 짙은 멋진 분이셨다. 우리는 새로 오신 선생님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사실은 그 분과 함께 1년을 보내면서 얼마나 무서운 분인가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초임 교사로 발령을 받았으니 아이들에 대한 기대감과 열정이 얼마나 컸을까, 그 뜨거움이 아이들을 겁나게 만든 것이다. 나를 비롯해서 그 분에게 맞지 않는 아이가 없었을 것이다.



    몇 년 전 선생님을 만났을 때 그 분은 우리 동창들을 보시면서 당시에 많이 때렸음을 제일 먼저 사과부터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설명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니 기다려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때는 왜 그렇게 때렸는지 모르겠다며 미안해하신다. 이제 우리도 나이가 들고 자녀들을 키우는 입장이 되고 보니 그게 선생님의 사랑이고 열정이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서로 연락을 하여 10여명이 함께 고향을 향하였다.
    차 속이 왁자지껄하다. 이젠 나이 50이 넘고 보니 자녀들 결혼 문제가 화제 거리이다.
    누구는 벌써 손주를 보았다네, 누구는 10월 달에 딸을 결혼시키고, 누구는 아들 장가 보낸다네. 선생님 은퇴식에 관한 얘기보다는 자기들 살아가는 얘기들이 더 많다.



    <전북 고창 고수 초등학교> 산간 벽지는 아니었지만 시골이기는 매 한가지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옥수수 가루를 찐 급식이 나왔다. 갓 쪄낸 옥수수 떡(?)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두들 그 기억을 더듬어 낸다. 전쟁후 미국에서 원조로 보내준 우유를 먹기도 했다. 그런 시골에서 자랐던 아이들이 이젠 모두 성인이 되어 사회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다. 그때는 참 가난했던 친구가 열심히 노력하여 돈도 많이 벌고 교수가 된 친구도 있다. 또 열심히 습작을 하며 시인이 된 친구도 있고, 공무원, 사업가,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 그리고 목사도 한 명 있다.



    어린아이의 마음은 정원과도 같다. 무슨 씨앗을 뿌리느냐에 따라 다양한 열매가 열리게 된다. 그 분이 우리에게 어떤 씨앗을 뿌렸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친구들이 은퇴식에 찾아가서 축하 하려는 것을 보니 좋은 씨앗을 뿌리셨나 보다. 선생님, 그분은 많은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열정으로 우리를 가르치셨다. 그러니 당신의 마음속에 우리의 이름이 새겨진 것이다. 당연히 와야 할 자리이지만 선생님은 와줘서 너무 너무 고맙다 하신다. 이렇듯 우리는 지금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살아가고 있다.


    나는 만나는 이웃들에게 좋은 씨앗을 뿌리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