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속에 피어나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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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TV다큐에서 ‘승가원의 천사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이곳은 불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체 장애아, 정신장애 아들을 돌보고 있는 시설이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여기에 이제 11살이 된 ‘유태호’라는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선천적으로 두 팔이 없을 뿐만 아니라 두 다리마져 걸을 수가 없는 기형아이다. 자리를 옮길 때는 엉덩이를 또닥거리면서 가든지 바쁜 일이 있으면 아예 몸통을 옆으로 굴려서 가는 경우가 많다. 손이 없으니 발가락을 이용하여 밥을 먹고 글씨를 쓴다. 발가락이 손 역할을 대신하니 얼마나 불편할까? 그럼에도 이 아이는 늘 표정이 밝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항상 ‘제가 할께요’라며 스스로 처리해 나간다.
건강한 아이라면 몇 초안에 입고 벗을 수 있는 옷도 몸을 흔들고, 입으로 물고 늘어지면서 20여분이 걸려야 겨우 옷 하나를 벗을 수 있다. 그런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부를 곧 잘하여 정상아이들과 똑같은 학교 똑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하는데 머리도 똑똑하여 다른 아이들이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도 잘 풀어낸다.
이 아이는 같은 시설 안에 자기보다 몇 살 아래인 ‘홍성일’이라는 정신지체 및 신체장애를 지닌 동생을 보살피는데 눈물겹도록 사랑을 베풀어 준다. 이름을 가르쳐 주기 위해 발가락에 크레파스를 끼우고 ‘홍성일’이라는 이름을 수도 없이 가르쳐 주지만 정신지체아인 성일이에게는 자기 이름 하나 쓰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태호는 짜증 한번 내지 않고 계속 가르쳐서 마침내 ‘홍’자 하나를 쓰게 했을 때 얼마나 기뻐하는지, 두 발로 박수를 치면서 호기심어린 눈으로 성일이의 볼을 부벼대며 좋아한다.
이 아이가 누구일까?
아마도 그 부모는 이 아이가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순간 절망했을 것이며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어 둘이서 상의한 끝에 버렸을 것이다.
삶이란 참으로 모진 것이다. 죽을 줄 알았던 이 아이는 어찌 어찌하여 승가원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 나름대로의 인생을 펼쳐가고 있는 것이다. 두 팔도 없고, 걷지도 못하는 아이가 매사에 하는 말이 “선생님, 제가 할께요” 라는 말이다. 학교에서는 반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얼마나 낙심하며 우는지, 이 아이는 시청한 많은 사람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극한 상황 속에 처해 있지만 환경을 탓하지 않고 꿋꿋하게 이겨내는 모습이 전 국민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을 것이다.
어떤 마음을 품고 사느냐가 중요하다.
어제는 재벌 3세가 투신자살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처음부터 없었으면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간다. 선천성 시각 장애인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와 같다고 생각하면서 살기 때문에 불평이 없다. 그러나 후천성 시각 장애를 입게 되면 그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기도한다. 사람들은 있다가 없으면 견디지를 못한다. 본래 없었던 것이 생겨서 잠시 누리고 있었을 뿐인데 그새 몸이 편한 것에 익숙해 진 것이다. 우리의 육신은 자꾸 편한 것을 추구한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고 누워 있으면 잠자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이다.
무더운 여름철, 덥기도 하고 휴가철이기도 하여 교회 모임들도 방학에 들어갔다
그 사이에 우리의 영적인 상태가 편히 쉬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 않나 염려가 된다.
이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