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골레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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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오페라 극장을 찾았다(얼마나 문화생활에 맹탕이었는 가를 반성하면서).
그것도 가까운 거리가 아닌 전남 광주에까지 가서 말이다.
이렇게까지 어려운 발걸음을 하게 된 이유는 우리 부부를 초청한 이가 우리 교회 3부 찬양대 지휘자였기 때문이다. 이 분은 우리 교회 지휘자로 온지 불과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실은 한국 오페라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유명한 오페라 연출가이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곧바로 오페라계에 투신하여 근 30년 동안 한국 오페라 세계를 일궈나가고 있는 분이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약 한달 동안 서울(집) - 광주(오페라 연출) - 수원(교회 찬양대 연습)을 오가며 고생 끝에 올린 무대이기에 격려 할 겸, 오페라 감상도 할 겸, 오랜 동료 목사님들도 만날 겸, 지방 나들이를 하였다. 광주는 4년 동안 신학생으로 전도사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고, 5.18 광주 민주화 현장에서 이리 저리 뛰어 다녔던 곳이기도 하기에 이곳을 찾을 때마다 감회가 남다르다. 저녁을 일찍 먹고 로비에서 지휘자를 만나 표를 받아 극장 안에 들어갔다. 2천명 이상 수용할 만한 큰 공간에 월요일인데도 빈자리가 없다. 역시 광주는 문화와 예술의 고장이다.
-리골레또-
막이 열리고 무대는 웅장한 궁중 안에서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리골레토는 호색가 만토바 공작의 시중을 드는 꼽추 익살꾼의 이름이다. 리골레토에게는 아름다운 딸 질다가 있는데 그만 호색가인 공작의 유혹에 넘어가 그를 사랑하게 된다. 공작은 그녀를 만나면서도 또 다른 여자를 농락한다. 이 광경을 목격한 딸이 몹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인 리골레토는 딸을 위하여 공작을 죽일 계획을 한다. 그는 살인 청부업자에게 착수금을 주고 공작을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공작이 부정한 사람인 것을 알면서도 이미 깊은 사랑에 빠진 딸은 스스로 공작 대신 자객에게 찔려 죽게 되고 아버지인 리골레토는 딸의 죽음 앞에서 절망한다는 내용이다.
희극으로 시작하여 비극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하였던가, 2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오페라를 감상하면서 배우들의 연기 하나 하나를 보면서 감동을 받기 보다는 연출가가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7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 것이며, 배우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연습을 했을까? 한국말도 아닌 정통 이태리 말을 모두 외워서 불러야 하니 그 고생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무대 장치, 조명, 의상, 분장, 어디 그 뿐인가? 전체적인 연출은 얼마나 또 힘들었을까?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할라치면 거기에는 온갖 정성과 피 눈물 나는 노력이 있지 않고서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오페라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백 수십 명의 단원들이 일사분란하게 하나의 작품을 그려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오직 연출가의 지시에 따라야만 한다. 대단한 독재이다. 이 독재자 연출가는 청중들에게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단원들을 인정사정 보지 않고 야단쳐 가면서 훈련을 했을 것이다. 목표는 오직 하나, 청중에게 최고의 감동을 주기 위해서이다. 피눈물 나는 노력이 없으면 사람들은 감동하지 않는다.
리골레또 -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