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목소리 (류철배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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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을 찾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건네준 쪽지에 씌여진 이름은 생소했다.
나를 찾는다니 그 번호로 전화를 했다. ‘류철배 목삽니다.
누구신지...’ 그 분은 지방에서 목회하는 목사님이셨다.
전화를 한 사유는 그 교회에 다니시는 권사님이 자기 친구가
있는데 대화하는 중에 어렸을 적 시골 교회 전도사님이셨던
분을 찾는다고 하니 목사님이 도와주실 수 있겠느냐는 부탁이 있어서 인터넷을 뒤져 나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골 어디에서 목회를 했느냐 길래 1979년도에 전남 담양군 창평면 일산리에 있는 ‘일산교회’라고 했더니
맞다면서 권사님 친구의 전화번호를 남겨준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류철배 목삽니다. 누구신지..........’
‘목사님, 저를 기억하실른지 모르겠습니다. 옛날 일산교회에 다녔던 이미경이라고 합니다’, ‘아, 알지. 이미경,
그때 중학교 1학년이었지. 눈이 땡그렇고 예뻤었지. 이발소 했던 집 딸 명희랑 친구였던가?’, ‘와, 목사님 기억력
끝내주네요. 맞아요’.
나의 기억은 벌써 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옛 기억을 더듬으면서 대화가 이어졌다.
1979년 4월 4일, 신학교 2학년 때 담임전도사로 처음 부름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갔던 곳이 바로 ‘일산교회’였다.
그 날은 수요일로 저녁예배에 참석하신 분은 백발 할머니 4분이 나오셨다. 그렇게 나의 목회는 시작되었다.
주중에는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수요예배 인도하기 위해 광주에서 일산까지 왕복을 하고 토요일에 다시
마을에 와서 전도하고 주일에는 주일학교 예배. 장년부 예배를 드렸다.
오래된 시골 교회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한두 번쯤 교회를 다녔던 경험이 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전도가
더 안되는 것이다. 신앙의 명맥을 유지하는 할머니 몇 분만이 허물어져 가는 교회와 운명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전도의 방향을 바꿔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을 전도하기 시작했다.
어린이 전도 협회를 다니면서 전도 방법을 배워 토요일에는 마을 전도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 만났던 아이들 중 한 명이다.
이젠 어엿한 40대 중년 부인 집사님이 되어 옛날 전도사님이 그리웠었나 보다.
‘전도사님 오셔서 우리에게 영어도 가르쳐 주시고, 한문도 가르쳐 주시고, 기타 치시면서 재미있는 노래도 가르쳐
주셨던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면서 목사님 목소리가 그대로’라며 반가워한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어떻게 나를 찾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깔깔대고 한참을 웃는다. 자기 친구
권사님과 대화하는 중 우연찮게 짝사랑한 사람이 있느냐는 얘기가 오고 가다가 자기 중학교 1학년 때 시골
전도사님을 짝사랑하게 되었는데 어디 계신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자기 교회 목사님을 통해 이렇게 연결되었다며
짝사랑의 고백을 한다.
그랬구나. 중학교 1학년 여학생 마음속에 그런 마음이 있는 줄 몰랐지.
그래서 그랬나, 그 당시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 교회를 많이 나오게 된 이유를 이제 알게 되었다. 예수님 때문이
아니었구나.
어쨌거나 지금까지 신앙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생활하며 이제 집사님이 되었다니 반갑고 고마웠다.
34년 전 그때 그 학생들 얼굴이 선연히 떠올려진다. 명순. 순애. 이미경. 정미경. 미옥. 명희. 옥실. 명숙.
어디서든 신앙생활 잘 하고 있으면 좋겠다. 보고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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