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에 깨우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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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체 시계는 거의 5시간쯤 자면 깨도록 맞춰져 있나보다.
일찍 자도 5시간, 늦게 자도 5시간, 그 이상을 자 본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가끔 낮에 졸리기는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30분쯤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10시30).
자면서도 지금쯤 알람이 울릴 때가 됐는데 하고 일어나 보니
새벽 2시가 조금 넘었다.
새벽 기도 가기까지는 아직 2시간이나 더 남아 있기에 종일 활동하려면 일부러라도 더 자야겠다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는데 눈만 감았을 뿐 정신은 말똥말똥해진다.
우리의 정신은 뭔가 심각한 고민에 빠지면 잠을 자게 하는 신경이 무뎌지나보다.
잠자다 말고 건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니 더 이상 잠을 청할 수가 없다.
그래도 밤늦게까지 생활하려면 좀 더 자야한다고 스스로 얼러보았지만 그럴수록 잠은 더 멀찍이 달아나 버리고 만다. 건축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이 장승처럼 눈을 부라린다.
1년 전 기공예배를 드리고 나서 지금까지 아무런 사고없이, 또 막힘없이 공사가 잘 진행되어 왔다. 단 한건의 민원(그것도 방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의견을 전달하는)외에는 아무런 잡음이나 방해없이 공정대로 잘 세워져 가고 있다.
토목 공사할 때는 매일 소음이 발생하고 지하 암반을 부술 때는 다이나마이트 폭파도 감행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역 주민들은 참으로 잘 참아주었다.
굴착 작업을 할 때는 일부러 현장 근처에 가서 직접 소음을 확인해 보고 주민들의 고통 정도를 체감하며 회사에 방음 장치를 요청하지만 듣는 척 할뿐 시정되는 것은 없다. 큰 공사를 하는데 어찌 소음이 없으며 커다란 트럭이 줄지어 다니는데 위험요소가 왜 없겠는가? 그럼에도 주민들은 한마디 원성없이 교회 건축을 응원해 주고 있다 생각하니 고맙기 그지없다. 공사비도 지금까지 연체 한번 없이 제때 잘 지급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이 가고 있다.
그런데도 목사의 마음에 믿음이 없어서 일까? 앞으로 준공 때까지 잘 마무리가 될까? 예산은 부족하지 않을까? 이제 인테리어 시작하면 각 회사마다 부산스럽게 일들이 진행될 텐데 마찰 없이 잘 될까? 준공날짜를 언제쯤 잡아야 하나, 입당예배에 따른 각종 행사 준비 등등
앞으로 진행될 수개월짜리 계획이 한꺼번에 밀려드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내도 걱정이 되는지 며칠째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숨소리를 들어보니 잠이 든 것 같아 깨지 않도록 고양이 걸음으로 옷을 챙겨 입고 살금살금 문을 열고 교회로 왔다.
잠이 일찍 깬 이유를 건축에 대한 고민에 두지 않고 하나님께로 돌렸다.
하나님께서 기도하라고 일찍 깨우셨나보다 하고 둘러 부치고 강단에 엎드렸다.
성전 건축은 사람이 계획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명령이고 계획이기에 마무리까지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시기를 간구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새 성전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목회를 해야 할 것인지, 솔로몬이 왕이 되면서 백성들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 지혜를 구했던 것처럼 하나님께 목회의 지혜를 구했다.
개척 초기에 인간적인 열정을 앞세워 불철주야 뛰다가 우울증에 걸리고 주저앉았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오직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가기로 작정하고 지금까지 왔다.
강단에 엎드려 기도하면 성령께서 깨닫게 해 주셨고, 그 지혜를 로드맵(청사진)으로 그려 달려왔다. 마른땅에 빗방울 튕기듯 떠올려지는 생각들을 종이 위에 옮기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이런 일들을 시키시려고 일찍 깨우셨나보다.
종일 바쁘게 돌아다니는 나를 보시면서 지금 시간이 아니면 이 지혜를 주실 시간이 없다는 걸 아셨나 보다.
하나님께서 잠자는 두 시간을 빼앗아 가셨지만 잠 보다 훨씬 귀한 지혜를 주셨기에 하나님을 용서해 드리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