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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교산의 봄

    페이지 정보

    조회Hit 1,120회   작성일Date 15-03-27 21:37

    본문

    광교산의 봄

    월요일 오전은 1주일 동안 밀렸던 집안 청소를 하는 날입니다. 이 방, 저 방, 서방이 청소하는 동안 아내는 냉장고와 주방, 식탁을 정리하며 깨끗이 닦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거룩한(?) 손으로 변기를 닦을 수는 없다’는 아내의 말이 일리 있다 셈치고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변신시켜 놓았습니다.  

    겨우내 탁한 집안 공기만 마셔 대므로 시들했던 화초들에게도 시원한 봄바람을 쐬여 주고 화장실로 몰고 가 샤워를 시켰습니다. 

    활짝 열어 제친 창문을 통해 봄기운이 성큼 거실까지 들어왔습니다.  

    그 동안 아내는 양푼에 비빔밥을 준비하여 숟가락 두 개를 중앙에 꽂아가지고 왔습니다. 

     원래 비빔밥은 여러 가지 데친 나물과 고추장을 밥에 넣고 참기름을 살짝 뿌리고 반숙 계란을 얹어 함께 비벼 된장국과 먹으면 아주 제격입니다. 

    이 비빔밥은 웰빙 식품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청소를 끝내고 식탁에 질펀하게 앉아 비빔밥을 떠먹는 아내의 눈빛 속에 ‘나는 당신을 사랑해’라는 자막이 지나갑니다. 

    교회 카페에서 구입한 더치커피를 마시며 문득 창가에 걸터앉은 봄기운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날 보러 와요~ 날 보러 와요~’

    우리는 과일과 물병을 배낭에 집어넣고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봄기운을 따라 광교산을 향했습니다. 

    월요일 오후 시간이라서 그런지 등산객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작은 연못 하나가 있고 도로 가까운 곳에 두 세 아름정도 되는 바위가 솟아 있습니다. 겨울 동안 움츠리고 있었던 자라가 바위에 걸터앉아 모가지를 내 밀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본디 겁이 많은 놈이라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것에 신경을 쓰면서 따뜻한 햇볕을 누리고 있습니다.

     한참 올라가니 개울물 양지 바른 곳에 개구리가 소복이 알을 까놓았습니다. 어릴 적 논 배미에서 개구리 알을 한 움큼 담아와 집안에서 올챙이를 부화시킨 기억이 떠오릅니다. 끈적끈적한 알 무더기 속에서 시간이 지나면 검은 점이 생기고, 올챙이 형체가 생기고, 어느 날 드디어 귀엽고 앙징맞은 올챙이들이 태어나게 됩니다. 

    여기 저기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소식을 전해줍니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으면 이파리가 나오기도 전에 꽃부터 피울까요? 꽤나 성질이 급한 가 봅니다. 다른 꽃이 피어나기 전에 자기가 제일 먼저 봄소식을 알려주고 싶어 안달을 했겠지요. 화려함이나 향기가 있는 것도 아닌 것이 만약 5월 달에 피는 꽃이라면 언감생심 축에나 끼겠습니까? 자기 외모를 알기에 1등으로 피어나 사람들로부터 눈길을 받고 싶은 것이겠지요. 알고 보면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산에 오르니 숨이 턱턱 차오릅니다. 걷는 연습을 했다던 아내는 저 만치 서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중턱에 놓인 벤치에 앉아 준비해 온 과일을 꺼내 먹습니다. 

    시멘트 공간 안에서 먹는 사과 맛과 광교산 중턱 산들바람 속에서 먹는 사과 맛이 이리 다를까요?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느낌이 팍팍 느껴져 옵니다. 

    절터를 통과하여 정상에 오르니 아직은 겨울바람이 차갑게 불고 있습니다. 동장군이 마지막 자존심을 뿜어대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산 아래쪽에서 몰고 오는 봄바람을 이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능선을 타고 노루목 시루봉을 지나 토끼재에서 나무 계단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시간이 갑니다. 세월이 갑니다. 

    언젠가 마음으로만 이 산을 오르는 날이 올 것을 알기에 지금, 광교산을 품고 지나갑니다.  

    그때가 행복했었노라고 할 말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