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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당신이 그립습니다.

    페이지 정보

    조회Hit 1,104회   작성일Date 15-05-08 11:02

    본문

    아버지, 당신이 그립습니다.

    나는 어렸을 때 몸이 몹시 허약했습니다. 
    지금도 또릿하게 기억나는 게 있습니다. 
    한 밤중입니다. 깊이 잠든 시간인데 저 멀리서 검은 물체가 점점 다가옵니다. 그 물체는 가까이 다가올수록 내 마음속에는 무서움과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급기야 그 검은 존재는 눈앞까지 와서는 나를 확 덮치는 것입니다. 그 순간 너무 무서워 잠자다 말고 울면서 고함을 지르고 깨곤 했습니다. 그런 현상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때 마다 아버지는 나를 등에 업고 문밖으로 나가 찬바람을 쐬여 주며 정신이 들게 하셨습니다. 그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 자주 있고 보니 당시 한약방을 운영하셨던 아버지께서는 용을 넣은 한약을 달여 먹이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벼루에 먹을 가시더니 붓으로 내 발바닥에 뭔가 글씨를 쓰시는 것입니다.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무슨 글자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귀신을 내 쫓는 글자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효험이 있기를 바랐지만 꿈속에서는 여전히 그 어두운 물체가 나를 덮치고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은 아버지가 흰 종이에다 한자로 문장 하나를 쓰시더니 읽어주시고 외우라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생각납니다. 
    “천천천지 팔양이심 내피공명 광명이심 사파쐐”
     아주 어려서 외웠기 때문에 이 문장이 맞는지, 무슨 뜻인지 지금도 모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비슷한 문장이 불경에 섞여 있습니다. 아마 불경의 어느 한 구절로 귀신을 내쫓는 축문인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 이후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그 무서움의 증상은 사라졌습니다. 
    발바닥에 써주신 한문의 효험인지, 주문을 외운 까닭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아버지의 그 사랑’입니다.  
    48세에 딸 부자(8명)이신 분이 늦둥이 아들을 보셨으니 얼마나 금지 옥엽, 애지중지 하셨겠습니까? 어딜 가시든 늘 나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친구분들에게 인사를 시키시고 자랑을 하셨습니다. 한번은 고창 읍내를 따라갔는데 알고 보니 ‘향교’였습니다. 
    그 날은 마침 공자님 추모일로 읍내 유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사를 모시고 교제하는 자리였습니다. 아버지는 만나는 분들에게 인사를 시키셨습니다. 어른들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그놈 참 잘 생겼다’고 칭찬을 해 주셨습니다. 
    엉겁결에 아버지를 따라 공자님 제사를 지내고 육포를 비롯한 제사음식을 한 보따리 들고 왔습니다. 아버지는 틈 나시는대로 신문지에 한문을 쓰시면서 나에게도 붓글씨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천자문 ‘天地玄黃 宇宙洪荒(천지현황이요, 우주 홍황이라)’을 열심히 썼습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짓고 한약방을 운영하시면서 향교에 출입하시는 부지런한 분이셨습니다. 
    내 기억 속에 단 한 번도 야단을 맞거나 매를 맞아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중학교 2학년 때 교회 다니면서 제사는 우상숭배라고 배운 까닭에 ‘아버지 이제부터는 제사지내지 않겠습니다’ 라고 폭탄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아무런 책망 없이 묵묵히 제사를 지내셨습니다. 오히려 새벽기도회에 가도록 흔들어 깨워 주셨습니다. 
    당신은 유교 신봉자이시면서 기독교인이 된 아들이 목사 되겠다고 신학대학을 지원했을 때도 허락하시고, 교육전도사가 되어 설교할 때 고창에서 광주까지 한달음에 오셔서 아들의 설교를 듣고 응원해 주셨던 아버지, 이제 중견 목사가 되어 보배로운 교회를 섬기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 당신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