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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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분 관 리
멀리 지방으로 이사하시는 집사님이 본인 사무실에서 키우던 커다란(2~3m) 화분 4개를 선물로 주고 가면서 ‘나무를 보실 때 마다 자기를 잊지 말고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본인이 애지중지 키우던 나무인데 꼭 목사님에게 드리고 가고 싶다면서 수령이 최소 몇 십 년부터 백년이 넘은 나무도 있다고 귀뜸해 준다(비~싼 나무라는 눈치).
그렇잖아도 사무실이 썰렁했는데 마침 잘됐다 싶어 힘겹게 옮겨 놓았다.
화분은 물 관리를 잘 해야 건강한 법인데 자신 없어 하는 나에게 집사님은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화분에 물을 줄때는 조금씩 자주 주면 뿌리가 썩어 죽기 때문에 한번 물을 줄때는 흠뻑 주어서 배수를 시켜 뿌리를 마르게 해야 건강하단다.
그렇다면 이 큰 화분을 어떻게 물관리를 한단 말인가? 들어 옮길 수도 없고, 물을 충분히 주고 난 다음 밑으로 흐르는 물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단 말인가? 나무는 욕심이 나지만 관리하는 것이 난감했다.
집사님은 본인이 나무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연구를 많이 한 끝에 물을 충분히 주고 배수시킬 수 있는 커다란 통을 개발했다면서 나무를 옮길 때 같이 가지고 와서 통과 배수관을 화장실까지 연결해 주었다.
이제 화분 관리는 완전히 내 몫이 되었다.
비~싼 나무라는 말 때문에 신경이 더 쓰인다.
카렌다에 표시를 해 가면서 3주에 한 번씩 물을 주고 있다. 3주가 지나면 벌써 이파리가 축 처져 물을 달라고 하는 표시가 역력하다.
생명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식물은 참 정직하다. 사랑을 베풀어 주는 만큼 정직하게 보답을 해 온다.
식물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 했던가? 물을 주면서 사랑한다고 말을 건네고 있다.
그래서 인지 나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오늘 아침, 지방에 사시는 그 집사님에게 전화를 했다. 집사님이 주고 가신 나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며 그 나무를 볼 때마다 집사님의 건강과 사업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노라고 전했더니 감격해 한다. 감사하게도 차츰 환경이 회복되고 있으며 조만간 찾아 뵙겠다 한다.
나무가 건강하게 잘 살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햇볕이 잘 들어야 하고, 통풍이 잘 되어야 하고, 물 관리가 잘 되어야 하며, 지나친 관심보다는 적당한 무관심이 오히려 나무에게는 도움이 된다.
모든 게 과(過)하면 화(禍)를 불러 오게 된다.
햇볕이 지나치게 들면 사막이 되고, 바람만 많이 불면 얼어붙고,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게 되며, 과잉보호를 하게 되면 오히려 나무가 죽게 된다.
‘적당하다’는 기준이 참 어렵기는 하다. 어느 정도를 해야 적당한 것인가?
내 기준으로 바라보면 적당하지 않다. 상대방 입장에서 바라보고 기다리면 적당의 기준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3주다. 내 기준대로, 내 생각에 따라 관리했다면 나무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지켜보고 관찰해 보니 3주가 되면 물이 부족하다는 사인을 보낸다. 그때 물을 보충해 주고 배수해 주면 튼튼하게 자란다.
인간관계가 그렇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다. 너무 가까이도 말고, 너무 멀리도 하지 않아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적당한 거리에 두고 보는 네그루 나무가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