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아들
페이지 정보
본문
다시 만난 아들
‘충성!’ 몇 천 명이 동시에 외치는 경례소리가 커다란 실내 체육관을 가득 메웠습니다.
아들을 군에 보내 놓고 한 달 동안 애달파 했던 가족들이 팔도에서 모여 수료식을 참관 하고 있습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로부터 애국가 제창, 연대장 훈시에 이어 몇 가지 순서가 더 있었지만 아들 찾아 사진 찍느라 다른 순서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약 15분 만에 수료식 행사가 끝나자마자 참관석에 앉아 있던 가족들은 우루루 쏟아져 나와 한달음에 아들을 찾아 끌어안습니다.
조금 전 칼 줄에 맞춰 질서 정연하고 절도 있게 ‘충성’을 외쳤던 대열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화려한 도깨비 시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손주를 찾아오신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 친구, 애인 등 남북 이산가족 상봉 현장을 보는 듯 합니다.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아들은 약간 핼쑥한 모습에 구릿빛 얼굴이 되어 있었습니다.
건강미와 남성미가 넘치는 모습을 보니 한 달 동안 얼마나 고생하며 훈련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과체중을 염려했는데 한 달 사이에 4kg이나 빠졌다니 국가의 은혜가 큽니다.
엄마와 한 컷, 아빠와 한 컷, 애인과 한 컷, 모두 모아 다시 한 번 한 컷, 닥치는 대로 셔터를 누를 수 있는 것은 디지털의 혁명입니다.
지난 한 달, 폭염과 장마가 숨바꼭질하며 비지땀을 흐르게 할 때마다 군에 간 아들을 생각하며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꾹 참았습니다.
시집간 딸 사위와 외식하려다 말고 군에 간 아들 생각에 날자를 수료식 후로 미뤘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옥수수를 삶아 냉동실에 보관하며 아내는 ‘아들 오면 줄거야’합니다.
남편은 언제나 아들 뒤에 있습니다. 그런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이 사랑스럽습니다.
소란한 틈바구니 사이로 장내 안내 방송 소리가 들렸습니다.
화면을 보니 <부모님을 만나지 못한 훈련병은 단상으로 오세요>라는 자막이 떴습니다.
잠시 후 10여명의 훈련병들이 단상에 올라가 서 있습니다.
자식을 찾지 못한 부모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천 명의 군인들이 똑같은 제복을 입고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지만 내 아들은 한눈에 찾았는데 저 분들은 어째서 지금까지 아들을 찾지 못했을까? 그것이 알고 싶었습니다.
입구에서 아들 성명과 중대 소대를 밝히면 서 있는 위치 인쇄물을 나눠주기 때문에 금세 찾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몇 명은 뒤늦게 부모님을 만나 단상에서 내려와 끌어안고 사랑을 나눕니다.
아들과 얘기하는 동안 힐끗 힐끗 보는데 대여섯 명은 그때까지 단상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입니다.
부모님을 만나지 못한 것입니다.
훈련병의 이름을 부르며 부모님을 찾는 안내 방송이 계속 되었지만 끝내 부모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아들을 만나 기쁨을 나누는 한편, 부모님을 만나지 못해 고개를 떨구고 있는 훈련병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왜 부모님이 못 오셨을까?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식을 찾는 부모의 마음은 천리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갑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이 구릿빛을 띠고 있는 수 천 명 군인들 가운데서도 아들은 한 눈에 보입니다. 그게 부모의 마음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십니다(요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