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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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목사님 개척하여 20년 만에 이렇게 큰 교회로 부흥한 비결이 무엇입니까?
한 말씀해 주시지요’ 질문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딱히 ‘이것입니다’라고 내 놓을 것이 없었습니다.
시판되는 책 가운데는 <부흥의 비결> <이렇게 하면 부흥 한다> <개척 교회 성공 스토리> 등이 있습니다. 읽어보면 ‘아, 이 교회는 이렇게 해서 부흥했구나, 이 목사님에게는 이런 특징이 있구나’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 뭔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그 무엇’을 내 놓을게 없는 것입니다.
굳이 자랑을 하자면 좋은 성도들을 만나게 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개척을 준비하면서 간곡하게 기도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하나님, 저는 성품이 모질지 못하기 때문에 강한 사람을 만나면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성품이 좋은 분들만 골라서 보내 주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이런 어리숙한 기도에 응답해 주셨습니다. 20년을 돌아보면 참 많은 분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 중에는 마음이 쓰라릴 정도로 사랑했던 성도도 있고, 마음을 아프게 했던 성도도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연단 속에 깨닫게 된 교훈은 나의 부족함이었습니다.
개척을 시작할 때 의기양양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부교역자 생활 20여 년간 쌓은 목회 노하우와 그 동안 배운 지식과 다양한 경험이 농축되었다고 믿었기에 문만 열면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구름떼처럼 몰려올 것이라는 대단한 착각 속에 있었습니다.
열정이 앞섰습니다. 패기만만했습니다. 기고만장했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갈등을 겪고 난 이후 깊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걸어야만 했습니다.
의욕상실, 식욕감퇴, 불면증, 원형탈모, 무기력증에 빠져 허덕이며 모든 것으로부터 손을 놓을 즈음 하나님의 불가항력적 은혜가 임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너를 믿고 교회를 맡겼는데 왜 이러고 있느냐?’
그 한 마디 말씀을 들었을 때 참 많이 울었습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씀이 감사해서 울었고, 한없이 처량한 자신을 보면서 울었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는 은혜가 감사해서 울었습니다.
우는 것도 굉장한 에너지 소비가 되나 봅니다.
우두커니 앉아 강단에 달린 십자가를 보았을 때 십자가에 매달려 나를 보시며 안타까워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눈빛 속에서 나를 사랑하심을, 긍휼히 여기심을, 함께 하시겠다는 마음을 읽었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이제부터 성령을 따라 목회하라’
그 날부터 새벽 강단에 엎드려 말씀 주실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마당쇠가 주인님 문 앞에 서서 하명을 기다리듯 그렇게 매일 아침 주님의 명령을 기다렸습니다. 감동으로 오는 말씀을 메모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순종이라 하겠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왔을 뿐입니다.
그러니 내가 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직 주님의 명령에 순종했을 뿐입니다.
인간의 열정을 앞세워 이것저것 물어다 놀 때 뭔가 되는 듯 싶었지만 결과는 탈진뿐입니다.
교회 주인은 하나님이시기에 주시는 말씀대로 순종 했을 때 오늘의 결과가 절로 온 것입니다.
‘부흥의 비결이요?’주님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시키는 대로 순종하는 것입니다.
주님이 주인이시기에 필요한 사람도 보내주시고 필요한 물질도, 필요한 건물도 세워주셨습니다. 무익한 종은 할 일을 한 것뿐이고, 오직 나의 나 됨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