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난 교회

약 한달 전 교단지인 한국기독공보를 보다가 화재 난 교회 소식이 있어 자세히 보았습니다. 

정읍에 있는 작은 교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여 예배당과 사택 친교실들이 전소되었고, 목사님 부부가 얼굴이 숯검댕이가 되도록 복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괄호 안에 목사님 이름을 보는 순간 낯익은 이름이어서 전화를 걸었더니 바로 고향 2년 선배 목사님이었습니다. 몇 년 동안 소식이 두절되었기에 어디선가 목회를 잘하고 계시겠지라는 생각만으로 지났는데 이 사건으로 연락이 되었습니다. 

화재는 이미 11월 6일 발생했고 그 동안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애쓰며 화재 복구에 힘쓰느라 여력이 없던 차에 내 전화를 받았노라며 반가워합니다. 신문과 기독교 방송에도 소식이 전해졌지만 전화해 준 사람은 나포함 3명밖에 없으며 어느 곳도 연락이 없다고 합니다.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같은 동네에서 2년 선후배 사이로 시골 모(母)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하며 자랐던 형입니다.

참 신실하고 오직 하나님밖에 모르는 분입니다. 정이 많아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대로 퍼주는 성격입니다. 공부도 잘하여 역사를 전공하며 한국 교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정리할 정도로 집념과 학식이 풍부하기도 합니다. 

아 참, 이 분의 막내 동생이 약 10여 년 전에 구 성전에서 치유 집회를 했던 고(故)김재정 목사의 친 형이기도 합니다. 집안 모두 천성이 착하고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잘 했던 가족입니다. 화재 발생 약 두 달이 지나서 인지 목소리가 조금은 차분해졌습니다. 

자초지종을 나눈 후 예배시간에 이 소식을 알리고 어려운 교회 돕기를 요청했습니다. 

한 주가 지나 모금된 금액이 1천 4백 여 만원, 기타 이불, 옷, 숟가락, 칫솔, 치약, 후라이팬, 컴퓨터, 전자렌지, 쌀, 라면, 과일, 전자 피아노 등 그리고 이사할 때 드리겠다며 에어컨, 세탁기, 식탁 세트를 약속해 주신 분도 있습니다. 

오늘 한 분은 괜찮은 피아노를 기증하겠다고 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피아노도 불타버렸는데 너무 너무 감사하다고 합니다. 

오토바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듣고 부랴부랴 중고 승합차를 구입하여 한 짐 싣고 정읍에 내려 갔습니다. 전소된 건물은 이미 다 치웠고, 타다 남은 건물은 얼기설기 합판을 붙여 찬바람을 막아 놓았습니다. 뒤 늦게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와서 도배장판을 했지만 불탄 냄새가 매케하였습니다(여기서 생활하면 호흡기에 안 좋을 텐데).

보따리 하나하나 풀어보시면서 보배로운 교회 성도들 사랑에 감정이 복받쳐 올라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십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의 믿음이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큰일을 당했을 때 많은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고 세상을 비관하지만, 하나님의 백성은 겸허히 하나님의 뜻을 묻습니다. 

아직은 답을 알 길이 없지만 지나고 나면 그 분의 계획을 알게 됩니다.

그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지금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고 있습니다. 

‘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그것을 만들며 성취하시는 여호와, 그의 이름을 여호와라 하는 이가 이르시되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우리는 그 하나님을 믿기에 깊은 골짜기에 처하나 낙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잃으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인사하고 나오는데 두 분이 음료 상자를 건네줍니다. 

며칠 전 다녀가신 분이 두고 갔다며 먼 길 차안에서 드시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