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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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느티나무
영통 한 복판에 우뚝 서 위용을 뽐내던
500살된 느티나무가 쓰러졌다.
임진왜란의 참담함을 뿌리로 머금고
정조대왕 사랑이 고마워 가지 잘라 화성문 서까래로 바치고
6.25 전쟁의 참상을 온 몸에 새겼던
수원시 명물 느티나무가 맥없이 쓰러졌다
1982년 대한민국 보호수 100선(選)에 선정되어
시민들에게 사랑받으며 이제 살만한데
장맛비도 아닌 비가 얼마나 무겁다고
태풍도 아닌 바람이 얼마나 셋다고
그걸 견디지 못해 처참하게 찢겼을까
‘느티나무에서 만나요’
동네 아낙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재잘거리는 아동들의 놀이터가 되어 주었던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흉물스런 밑둥만 남기고 사라졌다
매년 수원시 청명 단오제를 지내며
사람들이 절을 하며 예를 올렸지만
정작 그 속이 썩어감은 아무도 몰랐다
힘겹게 피어낸 이파리만 보았다
33.4m 높이만 보았다
그 동안 얼마나 힘겨웠을까?
버티느라 얼마나 고달팠을까?
속이 문드러져 가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제 좋을대로 그늘 아래 모여 먹고 마시고 지나갈 뿐
아무도 그 속을 알아주는 이 없었다
제 잇속만 차려 필요할 때만 찾아와
구경하고 사진만 찍고 지나갔을 뿐이다
이제 다시 아름다웠던 느티나무를 볼 수 없다
살아 생전 속을 알아 주었더라면
수령이 깊은 줄 알았다면 검진이라도 해 볼걸
잘 살고 있으려니
별일 없으려니 무심함만 남겼다
누가 그 속을 알아 주랴
제 삶 영위하기에 급급하고 보니
이제 영정앞에 엎드려 눈물만 흘릴 뿐이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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