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또 보고싶어요(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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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용천노회장을 역임하시고 은퇴하신 목사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가끔 뵐 때마다 자세가 반듯하시고, 인자하신 미소와 깊은 품격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시던 분입니다. 그분께 들었던 말씀 중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는 말씀이 있습니다.
“양복 앞 단추를 꼭 끼우게.”
겉모양에 대한 말씀이 아닌, 말씀을 전하는 자의 자세에 대한 깊은 가르침이었습니다. 강단에서 앞 단추를 잠그지 않으면 양복이 벌어지고 넥타이가 흩날려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며, 설교자의 외적 태도 또한 메시지의 일부임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분은 말씀만 하신 것이 아니라, 언제나 직접 본을 보이셨습니다. 은퇴하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암 투병 중이시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노회 임원들과 함께 병문안을 드렸을 때, 집에서 요양 중이신 목사님은 여전히 깔끔하고 꼿꼿하셨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환자 같지 않으셨지만, 조용히 병마와 싸우고 계셨습니다.그 곁을 지키고 계시는 사모님은 늘 단아하고 정 많으신 분입니다. 류(柳)씨 성이 같다며 늘 누님처럼 대해 주시며 웃음을 나누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바깥바람도 좀 쐬면 좋으련만 꼼짝을 안 하셔요…”
하시며 농담처럼 말씀하셨지만, 오랜 간병의 고단함이 녹아 있었습니다.
요즘 중병 중 하나는 ‘간병’이라는데 사모님은 내색 한번 없이 오직 남편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현역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대화할 수 있어 감사해요.”
그 말씀이 얼마나 큰 믿음의 고백인지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다”(딤전 4:4)는 말씀처럼, 고통의 시간조차 감사로 받으며 이겨내시는 사모님의 모습은 제게 깊은 도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믿음의 여정 속에서도 아픔은 결코 작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식 앞에서는 눈물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강인한 어머니로, 교인들 앞에서는 믿음의 어머니로 서기 위해 애쓰시며, 기울어져 가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며 “하나님, 차라리 제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기도하신 날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목사님의 부음 소식이 전해졌고, 장례식장을 찾아갔습니다.
입관 예배 후 상복을 입고 서 계신 사모님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위로를 전했습니다. 그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목사님, 30분 전에 마지막 얼굴을 보고 나왔는데… 벌써 또 보고 싶어요.” 사모님의 눈가에는 이별의 아픔과 슬픔의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은 늘 너무 빠르고, 너무 아픕니다.
“살아 있을 때 서로 소중히 여기고, 잘하며 삽시다.” 지금 곁에 있는 이들이, 오늘 함께 나누는 대화와 웃음이, 언젠가 그리움이 될 순간들임을 기억하며 살기를 원합니다. 잠깐이라도 시간이 나면 건강 유지를 위해 아내와 함께 공원을 한 바퀴 돌아옵니다. 때론 옆에, 때론 손을 잡고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함께 있음이 소중함을 느끼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동반자(同伴者)와 동행(同行)함이 감사함이요. 부부가 함께 있음이 행복(幸福)입니다. ‘벌써 또 보고 싶어요’ 마음에 메아리치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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