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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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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Hit 897회   작성일Date 20-05-09 13:15

    본문

    부모가 된 자식


     지난 5월 5일 – 가족이 한데 모였습니다. 

    우리 부부, 딸 부부와 손녀, 아들 부부가 함께 모이니 7명이 되었습니다.

     자녀들이 모두 출가했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여전히 자녀이기에 어린이날이라고 각자에게 용돈을 주었습니다. 성인이 됐지만 부모로부터 어린이날 용돈을 받고 어찌나 좋아하는지요. 이제 막 두 돌 지난 손녀에게는 장난감을 사도록 상품권을 주었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받지를 않습니다. 다시 5만 원 지폐를 주었더니 낼름 받는 것이 아닙니까?

    좌중에 폭소가 쏟아졌습니다. 25개월 된 아이가 벌써 ‘돈’을 안다는 말인가? 할머니가 돈을 달라고 하니 고개를 흔들며 뒤로 감추는 것입니다. 손녀 덕분에 엔돌핀이 팍팍 나온 시간이었습니다.  

     아들 며느리가 준비한 저녁 식사는 그 어느 곳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진미성찬이었습니다. 

    학교 졸업 후 직장 생활하느라 요리 배울 시간이 없었을 텐데 어찌 이리 맛있게 했느냐 물으니 네이버가 모든 레시피를 다 가르쳐 준다네요. 

     식사 후에는 자기들이 준비한 꽃다발과 어버이날 선물비용이라고 각각 봉투를 하나씩 줍니다. 

    부모가 된 기쁨,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그럽니다. ‘애들이 준 봉투는 그대로 부모님에게 전해 드려야겠네요’


     5월 8일– 알콩달콩하면서도 때때로 티격태격 살고 계시는 시골 처부모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내일 모레 구순을 바라보시는 두 분은 모든 기능이 점점 약해져 가시고 있습니다.

    머리맡에는 이름 모를 약 봉투가 한가득 쌓여 있습니다. 평생 공직 생활하신 분답게 모든 약을 아침, 점심, 저녁 표시하여 일렬횡대로 세워놓았습니다. 본인 약을 드시고 깜빡 놓치시는 장모님 약을 챙겨 드리는 것을 대단한 자랑거리로 말씀하십니다. 이번에는 손녀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분들에게는 증손녀입니다. 만나자마자 품에 안으시고 볼을 맞대시며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구순 얼굴에 25개월 된 손녀의 해 맑은 웃음이 교차합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증손녀에게서 눈길이 떠나질 않습니다. 오래도록 볼 수 없는 아이이기에 더 많이 눈 속에 넣어두고 싶으신가 봅니다. 한번 들어가면 좀체 나오질 않는 비상금 주머니를 열어 5만 원짜리를 증손녀 손에 냉큼 쥐어주십니다. 벌써 돈을 밝히는 아이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시는 것만으로도 5만 원어치 이상의 보약을 드신 것 같습니다. 자녀에게서 받은 봉투를 그대로 두 분에게 전해드렸습니다. 

    우리는 심부름만 한 꼴이 됐습니다. 


     뒤돌아보니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부모가 되고 조부모가 되었습니다. 

    앞을 내다보니 아직 두 분 앞에 자식으로 서 있습니다. 

    부모로 산다는 것도, 자식으로 산다는 것도, 그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습니다.

    앞서 이 길을 가신 두 분은 어찌 이 짐을 감당하셨을까?

    수원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 손녀는 피곤했는지 콧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 – 운전하고 있는 손을 슬며시 잡아주는 아내의 손길이 따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