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전지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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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전지 작업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리는 것은 ‘당신이 그 일을 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합니다. 교회 화분을 볼 때마다 늘 마음에 걸리면 누구를 탓하지 말고 본인에게 하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사인이라는 뜻입니다. 정리 정돈, 청소 상태, 여기저기 빼곡하게 쌓여 있는 물건 등등.
교회 마당에 있는 반송(盤松)을 볼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을 보니 내가 해야 할 일인가 봅니다. 새 성전 지으면서 심은 나무인데 그 동안 몇 그루가 죽고 몇 그루가 살아 있습니다. 나무는 심어 놓으면 저절로 자라는 줄 알고 그동안 무관심한 사이에 몇 그루가 아깝게 죽은 것입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으니 나무는 속가지를 잘 쳐 줘야 바람이 통하고 건강하게 자란다고 합니다.
‘아니,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얼마나 잘 통할 텐데 무슨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고 죽어?’
그 말을 듣고 반송 가지를 들춰 보았더니 잔가지, 죽은 솔가리로 꽉 차 있어서 바람이 통하는 길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정글 속처럼 답답하였습니다. 반송 머리 위로 삐죽삐죽 자라고 있는 새순마저 볼썽사납게 느껴집니다.
철물점에 가서 전지가위를 사고, 팔목 토시를 사고, 마스크와 모자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반송 앞에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평생토록 전지 한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떤 가지를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유 선생(?)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유튜브에 들어가서 <반송 전지 방법>을 치니 전문가가 등장하여 알기 쉽게,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직접 시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배운 대로 처진 가지와 솟은 가지, 잔가지를 잘라내기 시작했습니다. 가지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세력지와 남의 영토를 침범하고 있는 가지, 죽은 가지는 당연히 잘라내고, 땅에 닿아 있는 가지까지 잘라내기 시작했습니다. 때로 굵은 가지를 자를 때는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만큼 자라려면 얼마나 수고를 많이 했을 텐데 잘라야 하나? 그래도 나무가 예쁘고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잘라야 합니다.
그런데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역시 초보는 티가 납니다. 하나는 송홧가루입니다. 4월 5월이면 소나무가 번식하기 위해 송홧가루를 가장 많이 뿜어내는 시기인데 무턱대고 달려들었으니 전신에 송홧가루 범벅이 되고, 호흡기에 숨어 들어가 목이 칼칼해지는 것입니다. 매일 저녁 하만나 기도회를 인도해야 하는데 변성이 왔으니 큰일입니다.
두 번째는 송진입니다. 가까이에 있는 새순을 자르고 불필요한 가지들을 잘라 들어가다 보니 잘린 가지에서 송진이 나와 여기저기 옷에 다 묻혀 놓은 것입니다. 작업복이 별도로 없는지라 편한 옷을 걸치고 나가 작업하고 나니 난리가 났습니다. 옷 더럽혔다고 아내에게 야단맞겠습니다. 학습비를 톡톡히 치룬 셈입니다.
배운 대로 가지치기를 하고 마른 솔잎까지 모두 제거하고 나니 보기에도 속이 시원합니다. 나무도 생명이 있는지라 손길을 보내고 관리해주니 큰 숨 쉬며 ‘아이 좋아라’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에게 에덴동산을 주시며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하신 것은 창조세계를 아름답게 관리하라는 명령입니다. 하나님은 자연을 창조해 주셨고, 인간은 아름답게 가꾸고 관리해야 할 사명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