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로고

보배로운교회
로그인 회원가입
환영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보배로운 교회

  • 환영합니다
  • 인사말·목회칼럼
  • 목회칼럼
  • 목회칼럼

    하나님 나라의 보배로운교회

    까치에게 쪼인 배

    페이지 정보

    조회Hit 770회   작성일Date 20-09-26 10:53

    본문

    까치에게 쪼인 배


     장장 54일이라는 기록적인 장마도 견뎌냈습니다. 8호 태풍 바비, 9호 태풍 하이선, 10호 태풍 마이삭의 엄청난 바람도 참아냈습니다. 주변에 수많은 친구들이 장마와 태풍을 견디지 못하고 낙과(落果)되고 말았습니다. 언뜻언뜻 보이는 태양 빛 겨우 받아가며 생명을 유지하였고, 연거푸 이어진 강풍에 지쳐버린 배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늙은 할매 젖 빨 듯 수액 빨아 올려 나름 탐스런 배로 자라났습니다. 

     농부는 나를 볼 때마다 ‘기특하다, 모진 비바람 어찌 견뎌냈니, 장하다’ 칭찬해주셨습니다. 

    장마도 지나고 태풍도 지나고 잠잠해진 틈을 타 부지런히 태양 빛을 쬐었습니다. ‘오메 좋은 것, 오메 좋은 것’ 속살이 튼실하게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주인에게 칭찬받고 예쁜 상자에 담겨 백화점으로 가겠지... 일찍 죽은 친구들 몫까지 더해 비싼 값에 팔리게 될거야, 이번 추석에는 제사상에 올라 사람들에게 절도 받을 거야. 사람들이 내 앞에 넙죽 엎드려 절하는 것으로 그 동안 당했던 모진 비바람 고통을 잊을거야. 사람들이 껍질을 벗겨내고 조각내어 ‘이 배는 정말 맛있다’며 서로 나눠 먹겠지. 그것으로 나의 사명은 다 한거야. 테텔레스타이(다 이루었다).’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날벼락입니까? 튼실한 배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던 어느 날, 동네 까치 한 마리 날아오더니 내 살에 힘껏 부리를 처박고는 한입 물어가는 것입니다. 살점이 뜯겨나갔습니다. 어찌나 아픈지 ‘으악~’ 소리를 질렀습니다. 너무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살이 찢긴 아픔보다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고대했던 백화점 진열대에 올라 마음껏 뽐내려던 기대감이 순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게 더 서러웠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하여 배나무 가지에서 떨어져 죽으려고 흔들거려 봤지만 모진 목숨인지라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비바람에 일찌감치 낙과(落果)되어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죽고 싶지만 죽을 수도 없는 운명.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쪼인 살점은 점점 까맣게 멍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주인은 날 보며 한숨을 크게 쉬더니 ‘요 놈의 까치들, 어떻게 쫓아야 하나’ 푸념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통증을 견딜 수 없어 몸부림치고 있던 어느 날 주인이 다가와 꼭지를 따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돌아보니 거기에는 나와 똑같이 까치에게 쪼인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서로 부등켜 안고 동병상련(同病相憐) 마음으로 펑펑 울었습니다. 이제 우리 운명은 어찌되나... 상자 안에 모인 친구들은 소망이 없어 보였습니다. 세상을 비관하고 자기를 쪼아댄 까치를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주인의 손에 이끌려 모두 흩어진 이후 친구들의 소식은 알 길이 없었습니다. 

     나는 다행스럽게 땅바닥에 버려지지 않고 차를 타고 한참 이동한 후에 ‘류 목사님’이라는 분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나를 바라본 목사님은 ‘아이구 어쩌다 이렇게 상처를 입었니, 고생이 많았구나’ 어루만져 주며 위로해 주었습니다. 더러워진 몸을 수돗물로 깨끗이 씻은 다음 썩은 부분을 도려내 주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