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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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대가
주사 맞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주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불주사’ 라는 게 있었습니다. 1970년대 당시는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일회용 주사기 대신 유리 주삿바늘을 알코올 불에 소독해서 재사용했습니다.
이날은 아이들에게 공포의 날이었습니다. 아예 학교를 땡땡이 치고 오지 않거나, 선생님에게 붙잡히지 않으려고 책상 밑으로 기어다니다가 붙잡혀 엉엉 울면서 주사를 맞거나, 어떤 아이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오줌을 싼 아이도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이들은 주사 맞은 자리를 서로 보여주면서 비교하였습니다. 벌겋게 부어오른 아이, 탱탱하게 부어오른 자리를 툭 치고 다니는 아이(그 자리를 맞으면 거의 죽음 직전), 이후 주사는 언제나 공포의 대상입니다.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았습니다. 50년 전 트라우마가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뉴스를 보니 백신 접종 후에 심각한 후유증이 있거나 심지어 건강하던 분도 사망에 이르는 소식을 접하게 되니 더욱 긴장이 되었습니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병원에 도착했는데 벌써 대기 줄이 문밖까지 이어졌습니다.
간단하게 서류 작성하고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빨리 호출합니다. 아내가 먼저 주사를 맞는데 눈을 찔끔 감고 발을 동동 구르며 주사를 맞습니다.
원장님 왈 – 엄살이 심하시네요.
다음은 내 차례 – 원장님 수고 많으십니다. 요즘 접종 때문에 바쁘시겠어요.
원장님 왈 – 다른 병원은 간호사들이 놓는데 저는 직접 주사를 놓아 드립니다.
벌써 끝났어요? 관심을 대화로 풀어내는 동안 접종은 벌써 끝났습니다.
접종 후에는 발열, 두통, 근육통이 있을 것이니 미리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합니다. 죽다 살아났습니다. 아무렇지 않던데요. 경험자들의 말이 쏟아집니다.
평소에 건강했으니 별일 있을까?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데 저녁때쯤 되니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일단 새벽예배 인도부터 부목사에게 부탁해 놓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기상하자마자 온몸이 감기몸살 앓는 것처럼 으슬으슬해지기 시작합니다. 선약이 있어 심방을 하고, 수요예배를 드리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냈지만 속으로는 몸살을 앓았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염려했던 아내는 멀쩡한 것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여보, 내가 아프고 당신이 아프지 않으니 천만 다행이오’
‘아니지요, 당신은 교회 일을 해야 하니 당신이 안 아프고 내가 아파야 하는데...’
말은 고맙게 하는데 눈치를 보니 속마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예방 접종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부에서는 백신 접종자에게 해외여행, 국공립공원 할인 등 당근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더 간절함은 예배 인원 회복에 있습니다. 교인들 모두 접종이 끝난 후 온 성도들이 모여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고 경배하고 식사하며 교제하고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동안 예방 수칙을 잘 지키고 건강하게 지내오신 모든 성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조금만 더 조심하고 접종한 후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