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정해연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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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정해연 장로
‘장로님, 꼭 가셔야겠습니까? 지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좀 잠잠해지면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목사님, 괜찮습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이런 속에서도 복음은 전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1년에 두 번씩 선교지를 향하던 장로님은 이번에도 그렇게 담대한 모습으로 k국을 향해 떠났습니다. 늘 그러했듯이 선교지를 향해 나간 성도들을 위해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기도하였습니다. 귀국할 때가 되었는데 소식이 없어 문자를 보냈습니다.
‘장로님, 돌아오실 때가 됐는데 ........... 무사히 귀국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목사님 보고가 늦었습니다. 월요일 귀국했어야 했는데 몸에 이상이 있어 비행기를 못탔습니다. 빨리 회복되어 바로 귀국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 후 몇 차례 문자를 주고 받으며 격려하고 용기를 드렸습니다.
들려오는 소식이 점점 불안하게 합니다. 병원에 입원 – 검사 – 재검사 – 호흡 곤란 – 조금씩 회복 – 다시 검사 – 부정맥 발생. 그 후부터는 문자 대화가 끊겼습니다. 가족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은 불길했습니다. 교회에서는 공개적으로 중보기도 요청을 하였습니다. 금요일 저녁 기도회 때는 집중적으로 치유와 기적과 회복을 위해 간절하게 부르짖어 기도하였습니다. 그날 저녁 자정쯤 되어 별세하셨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아~ 하나님, 기적을 베풀어 주시도록 간절히 기도했는데.........’
아내와 함께 급히 장로님 가정에 갔을 때 부인 집사님과 자녀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습니다. 남편의 급작스런 죽음에 대한 황망함, 먼 타국에서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자녀들의 충격은 어떻게 위로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때 부인집사님의 간증이 이어집니다.
“목사님, 금요기도회 가기 직전 남편이 영으로 제 곁에 왔습니다. 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생시인지, 꿈인지 잘 모르겠지만 남편이 제 옆에 와서 ‘여보 걱정하지 말아요, 예수님이 나와 함께 계세요. 자녀들을 잘 부탁해요.’” 라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때 직감적으로 하나님께서 남편을 데려가시는구나 하는 것을 알았고, 천국에 가심을 확신하게 되었다면서 담담하게 말씀하십니다. 이후 일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위로 기도해 드리고 나왔습니다.
요즘 새벽마다 보는 말씀이 사도행전 중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고 있는 내용으로 설교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에 가면 결박과 환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복음을 전하는 일에는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행20: 23-24)면서 꿋꿋하게 달려갔던 바울의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줄 알면서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 달려 나갔던 장로님은 그 땅에 생명을 바쳤습니다. 많은 생각이 오고 갑니다.
선교를 위해 세워주신 이 교회, 지난 23년 동안 수많은 나라에 선교사를 파송하거나 후원하고 있고, 때마다 수 십 명씩 단기 선교팀을 보내며 하나님나라 회복을 위해 힘써왔던 우리 교회에 하나님께서는 최초의 순교자를 허락하셨습니다. 순교자의 피와 생명은 그 땅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130여 년 전 우리나라가 그러했듯이 선교사의 희생은 그 나라의 역사를 바꿔 쓰게 합니다.
정해연 장로님의 순교의 핏줄은 우리 교회와 생명의 끈으로 이어졌습니다. 장로님의 숭고한 순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주님 오실 때까지 선교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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