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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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제목
‘목사님은 어떻게 목사님이 되셨어요?’ 질문하는 분이 있습니다. ‘사찰에서 스님이 기도해 주셔서 목사가 됐습니다’라고 대답하면 의아해 합니다. 아들 귀한 집안에서 8녀 2남 중 막내로 아들이 태어났으니 집안에서는 금지옥엽으로 키웠을 것입니다. 불신자(不信者) 부모님은 불심자(佛心者)가 되어 아들 이름을 사찰 등(燈)에 올리고 스님에게 기도부탁을 하셨답니다.
기도 내용은 모르지만 분명하지 않겠습니까? 스님에게 시주 드리면서 ‘우리 막내아들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 주세요. 지혜롭고 똑똑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 부탁하셨을 것입니다. 스님 기도 덕인지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지혜롭고 똑똑하게 잘 성장했습니다.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면서도 6년 내내 반장을 하고 6학년 때는 전체 반장을 했답니다.
그런데 이 아들이 훗날 목사가 되었습니다(그 스님이 나를 위해 기도 안 한 때부터 나는 교회다니기 시작하고 목사가 되지 않았을까? 확인되지 않는 추측을 해 봅니다).
요즘 새벽마다 성도들이 써낸 기도 제목을 놓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총 111명의 기도제목을 읽기만 해도 1시간이 훌쩍 지납니다. 그 내용을 보면 대동소이합니다. 가족 구원, 가족 건강, 자녀 건강 및 대학입학, 취업, 본인의 신앙 열심과 성령 충만함, 신혼 가정은 임신을 위해, 중년 가정은 사업과 자녀 결혼을 위해, 노년은 건강하게 지내다가 천국 가기를 바라는 내용입니다. 글씨체는 모두 다르지만 정성스럽게 쓰여진 기도 내용들을 보면 제 마음도 간절해집니다.
한국 교회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것 하나는 새벽기도입니다. 다른 나라에 가보면 새벽기도가 없습니다. 목사도 직장인처럼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합니다. 어떤 성도는 목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새벽기도 때문에 못하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목사에게 새벽기도는 평생 짐이자 은혜입니다.
하지만 ‘짐’이라 여기는 순간, 목사의 영성은 바닥을 치게 됩니다. 이 시간이 아니면 하루 일과 중 어느 시간대에 하나님과 소통하겠습니까? 영성이 메마른 목사는 지성(知性)으로 목회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성(知性)을 앞세우자면 세상적으로 훨씬 더 지성적인 분들이 많습니다.
새벽기도는 목사에게 영적 생명선(生命線)입니다. 하나님은 영(靈)이시고 우리 안에도 영(靈)이 있는데 영(靈)과 영(靈)이 영통(靈通)할 때 하나님의 뜻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이 소통(疏通)의 길은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수련을 쌓아야만 합니다.
돌아보면 감사하게도 불신자(不信者)이신 어머니가 내가 중1때부터 새벽기도에 보내셨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하나님의 은혜로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음). 그때부터 지금까지 새벽기도는 평생 내 삶의 한 축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하나님과 독대(獨對)하는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성도들의 기도 제목 하나하나 보면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후배 목사들에게 ‘목회는 관심이다’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성도들은 민감해서 목회자가 본인에게 관심이 없다고 느끼면 서운해지고 더 가면 시험 듭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관심을 표현해 주면 교회 생활에 행복을 느낍니다. 그런 면에서 기도 제목은 담임목사와 성도 사이를 영적으로 이어주는 끈과 같습니다.
성도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은 영적으로 심방 시간입니다. 한 가정 한 가정 마음으로 그려보며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꼭 응답해 주시기를 위해 오늘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