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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얼 가지고 가지?

    페이지 정보

    조회Hit 486회   작성일Date 21-12-11 11:45

    본문

    무얼 가지고 가지?


      ‘무얼 가지고 가지?’ 이리저리 사무실 안을 둘러 보았습니다.

    책장에 꽂혀있는 수천 권의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책 한 권 사기 위해 밥을 굶은 적이 있습니다. 또 다른 책을 사기 위해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 걸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은 한 권 두 권의 책이 서재를 가득 채웠습니다만 어떤 책을 가지고 갈까? 생각하니 다 소용없었습니다. 성경책 한 권만 챙겼습니다. 

     드레스룸에 가니 사시사철 번갈아 입었던 옷이 옷걸이에, 옷장 안에 켜켜이 놓여 있지만 갈아입을 옷 한두 벌만 챙겼습니다. 서랍을 열어보니 고이고이 아껴 두었던 잡동사니 물건들이 모처럼 나와 눈을 마주치며 자기를 데려가 달라는 것 같지만 지갑만 꺼내고 다시 잠갔습니다. 책상 위에 있는 노트북, 핸드폰 충전기, 꼭 읽고 싶은 책 두 권, 주섬주섬 가방 안에 챙겨 넣었는데 절반도 차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하시겠지요.

     지난 주일 저녁 만나 대화하고 식사했던 타 교회 장로님으로부터 월요일 아침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죄송합니다. 제가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목사님도 검사받아 보세요.’ 느닷없는 소리에 잠시 멘붕이 왔습니다. 그날 저녁 상황으로 보니 틀림없이 감염됐을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 잠복기가 2~3일 된다고 하니 집에서 격리한 후에 보건소에 가서 검사하고 혹시 양성이면 센터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약 10일 정도 격리될 것을 생각하며 짐을 챙기는데 가방 하나가 되지 않습니다. 짐을 챙겨 나오는데 드는 생각 ‘무얼 가지고 가지?’ 가방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어렸을 적 동네 친구들과 땅따먹기, 구슬치기, 딱지치기하며 놀았던 생각이 납니다. 그 시절에는 그게 재산이었습니다. 땅을 조금이라도 더 따먹기 위해 손가락을 잡아 빼면서 선을 긋고, 구슬치기할 때는 정신을 집중하고, 딱지치기할 때는 최선을 다해 내리쳤습니다. 땅이 넓어지고,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딱지든 가방이 묵직할 때 드는 행복감은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둑어둑해지고 엄마가 부르시면 모든 게 스톱입니다. 선을 그어 내 땅이라 했던 곳은 내일이면 남의 땅이 될 것입니다. 주머니 가득 채웠던 구슬과 딱지도 토방 마루 밑에 놓이게 됩니다. 빈손으로 엄마 앞에 갑니다. 빈손으로..........

     모든 사람에게는 소유욕이 있습니다. 요즘 핫이슈인 부동산 문제도 소유의 문제입니다. 남녀 간의 사랑도 소유욕입니다. ‘소유와 자유’라는 책에서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인 리처드 파이프스는 인간의 소유욕이 인류 문화의 발전을 가져 왔다고 주장합니다. 로크는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소유한다’는 말을 합니다. 인간은 소유할 때 기쁨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소유하려고 합니다. 남보다 더 많이 소유하면 더 큰 기쁨이 오리라 기대하며 소유를 넘어 욕심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욕심이 생기면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생기면 다툼이 생기고, 다툼이 생기면 분열이 일어납니다, 거기에는 기쁨이 없습니다. 

     가방 하나 들고 사무실을 나올 때 마음이 편했습니다. 이것만 있어도 사는데 .......... 어느 날 이 가방마저 놓고 떠나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내 생명을 부르시는 날, 그 날이 되면 그 가방도 놓고 가야 합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 들고 왔으니 빈손 들고 가는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준 교훈입니다. 3일 후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 다시 모든 게 가득 차 있는 사무실에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