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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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는 길
내 고향 고창(高敞)
노령산맥 줄기 타고 펼쳐진 작은 평야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가 없는 평화로운 땅
국민학교 책에 단 한 번 등장하지 않은 고장
겨울 되면
어린아이 무릎 닿도록 눈이 많이 내려
이집 저집 마당에서 쓸어낸 눈으로 미끄럼틀 만들어 놀던 곳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형들 따라 꿩 잡으러 산에 올라 빈손으로 왔지만 재미있게 놀던 곳
봄이 되면
아버지 손잡고 깊은 산속 옹달샘 찾아 도롱뇽 알을 통째로 삼켰지
동무들과 곡괭이 들고 산에 올라 칡 캐 먹고
바위 밑에 솔가지 모아 불 피웠다 산불 내고
물오른 버드나무 가지 꺾어 나무 피리 만들어 불기도 하였지
여름 되면
개구리 알바 – 개구리를 잡아 철사 줄에 꿰어 100마리 팔면 100원
누에 알바 – 아침저녁 밭에 나가 뽕잎 한 자루씩 운반하면
누에고치 팔아 용돈 주심
여름방학 동무들과 어울려 저수지에서 목욕하다 물에 빠져 죽을 뻔했고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 고노, 비석치기, 오목, 장기,
땅따먹기 놀이하고
가을 되면
부모님 일손 도와 벼 베고, 탈곡하고, 나락(벼) 말리고, 가마니에 담아
창고에 들이고
감, 밤, 배, 대추 따서 일부는 먹고, 일부는 말려 제사용으로 보관
추석이 되면 1년에 한 번 옷 사주셨지(바지 단을 두 번 접고
입어야 하는)
찬 바람 불면 겨울 대비하여 산에 올라 솔가지, 나무토막, 쓸어 모아
처마 밑에 쌓아 두고
방 한켠에 대나무 발 엮어 고구마 쌓아 두고 겨우내 간식으로 먹었지
고향에 가면
부모님은 묘지 안에 계시고
추억은 머릿속에 남아 있네
노령산맥은 언제나 그 자태
길도, 집도, 자동차도 많이 변했다.
손잡고 고향에 간 손주 마음속에는
어떤 추억이 쌓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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