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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아프다

    페이지 정보

    조회Hit 558회   작성일Date 22-07-16 12:01

    본문

    아내가 아프다


     자라 보고 놀란 토끼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10여 년 전 암 수술한 이후 완치 판정은 받았지만 어디가 조금이라도 아프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혹시~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옆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진대 본인은 얼마나 더 긴장이 되겠습니까?

     수술 이후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체득한 이후 줄기차게 걷기 운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하루 1만 보 걷는 것을 목표로 스마트폰에  운동도 하고 돈도 모으는 어플을 깔아 놓고 ‘걸음아 나 살려라’하는 심정으로 부지런히 걷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지금까지 잔병치레하지 않고 잘 견뎌 오고 있었습니다.

     몽골 선교를 한 주간 다녀온 이후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평소 화장실 일이 편치 않던 터라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으로 바꾸기도 하고, 유산균 바이오틱스를 두세 개 복용함으로 장운동이 편해지도록 노력했지만 허사였습니다. 하루 이틀 참고 지내더니 급기야 수요일에는 만지지도 못할 정도로 통증을 호소합니다. 전문의에게 문의 결과 빨리 병원에 가서 검사받는 게 좋겠다는 소견에 따라 밤 10시쯤 00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응급실은 항상 북새통입니다. 각색 환자들로 넘쳐 납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하여 검사 과정은 더욱 까다로워졌습니다. 더군다나 해외입국자로 구별하여 신경질 날 정도로 절차가 복잡해졌습니다. 그래도 꾹꾹 참고 안내에 따라 1–2–3–4 단계별 검사를 거쳐 드디어 병원 안으로 들어가 검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해외입국자이기 때문에 병원 출입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며 발걸음을 막습니다. 원칙이 그렇다는데... 하는 수 없이 엉금엉금 기어가는 아내를 병원 안으로 들여보내는데 문득 10여 년 전 침대에 누워 암 수술실로 혼자 들여보낼 때의 아픔이 찾아왔습니다. 평생 함께 살아왔지만, 마지막 수술 문 앞에서는 혼자 떠나보내야 했던 그 아픔과 슬픔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아픈 배를 움켜쥐고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또다시 그 아픔을 겪어야 하는가...

     ‘보호자는 밖에서 기다리시든지, 댁에서 대기하셔도 됩니다’ 새벽예배 인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교회로 왔습니다. 새벽예배 준비를 하고 드러누웠으나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습니다. 몇 시간 잤는지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새벽기도회를 시작합니다.

    성도들에게 아내의 아픈 소식을 전하고 중보 기도를 부탁하였습니다. 때로 목사는 연약함을 보이기 싫어합니다. 늘 하나님 안에서 강하고, 담대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서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병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믿음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성도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기도 부탁을 하였습니다. 목사도 나약함을, 사모도 인간임을, 누구나 겪는 아픔과 슬픔을 똑같이 느끼고 당하는 연약한 인간임을 감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전화했더니 그때까지 응급실에서 링거 맞고 있다고, 시설과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고, 이게 21세기 선진 대한민국 병원 맞냐고 나에게 따집니다. 밤새 얼마나 아팠을까?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갈 수도 만날 수도 없는 장벽 앞에 안타까움만 커져가고 있습니다. -대장 게실염-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병명을 받았습니다. 그 염증이 통증을 유발하는데 터져버려서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3일 금식하며 항생제로 다스려 보는데 안 되면 수술할 수도 있다고... 또 수술? 앞이 캄캄합니다.

     오늘 이북 5개 노회 연합 체육대회 참가는 포기하였습니다. 아내가 아픈데 무슨 체육대회... 내가 없어도 그 일은 잘 돌아갈 것입니다. 느닷없이 병원에 갔기 때문에 세면도구와 간단한 스킨로션, 그리고 핸드폰 충전기를 챙겨 들고 지인을 통해 물품을 전달했습니다. 잠시 후 먹통이었던 핸드폰이 충전됐는지, 해외입국자라 특별병실에 입원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많이 아프다고...

     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가게 운영해야 하는데 시간 되면 유나 하원 시간에 맞춰 픽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하고. 그래, 이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자 아픈 아내가 있는 것도, 바쁜 딸이 있는 것도, 그래서 내가 할 일이 있음을 모두 감사함으로 받아들이자.

     중간중간 아내와 전화하며 상태를 묻고, 유나를 픽업하여 가게에 가니 껌딱지처럼 엄마에게 달라붙어 있는 아기를 안고 가게를 운영하는 딸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습니다.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고 있습니다. 그래, 성도들도 이렇게 살고 있지... 모두를 사랑하며 목회하자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