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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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방 있어요
1970년대의 어느 성탄절 무렵,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주일학교 학생들이 <빈 방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크리스마스 연극을 공연하기로 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호적등록을 하러 베들레헴으로 갔지만 머물 곳이 없어 한 여관을 찾아가 "빈방이 있느냐?"고 묻는 내용입니다.
요셉과 마리아와 여관 주인의 역할을 맡을 학생을 뽑는 선생님에게 랄프라는 학생이 자기에게도 역할을 맡겨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런데 랄프는 지능이 좀 모자란 데다 말까지 심하게 더듬는 편이었습니다. 고민하던 선생님은 평소 열등감으로 위축돼있던 랄프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대사가 짧은 여관 주인의 배역을 맡겼습니다. 랄프가 맡은 여관 주인의 대사는 "빈 방이 없어요"라는 말을 세 번 하는 것뿐이었기 때문에 랄프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고 선생님은 생각했습니다.
며칠 동안 연습을 한 뒤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어 연극을 공연하게 되었습니다. 교회당을 가득 메운 신도들 앞에서 요셉과 마리아로 분장한 학생들은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 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여관 주인에게 "방을 하나 빌려달라"고 부탁하자, 여관 주인 역을 맡은 랄프는 "빈 방이 없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다시 "방을 빌릴 수 없겠느냐?"고 묻자, 랄프는 연습한대로 또 "빈 방이 없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요셉과 마리아가 "정말 빈방이 없느냐?"고 애타게 졸라대자, 랄프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우리 집에 빈 방이 있어요. 가지 마세요. 우리 집에 오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당황한 요셉과 마리아는 더 이상 연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그냥 무대를 내려와야 했습니다. 연극이 엉망으로 끝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연극을 지도한 선생님과 객석의 신도들은 엉망이 된 그 연극에서 놀라운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눌한 랄프의 입에서 튀어나온 뜻밖의 대사에 경탄을 금치 못한 것입니다. "가지 마세요. 우리 집에 빈 방이 있어요." 이 대사야말로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는 성탄절의 마음이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2천 년 전 유대 땅 베들레헴의 여관 주인이 요셉과 마리아에게 랄프처럼 말했더라면, 그의 집은 메시아가 탄생하는 은총의 집이 되었을 것입니다.
<빈방 있습니까?>라는 연극은 그 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리스마스 공연작품이 되었는데, 랄프의 마지막 대사는 원래의 "빈 방이 없어요"가 아니라 "가지 마세요. 우리 집에 빈 방이 있어요"라고 수정된 대사로 공연됩니다.
오늘은 성탄절입니다. 우리도 랄프처럼 이 성탄절을 맞을 수 있기 바랍니다. "주님, 내 마음에 메시아를 맞이할 빈자리가 있습니다. 제 마음속에 탄생하십시오." <극동방송 칼럼 241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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